
| 출구 없음
자취 중이었고, 아마 대학생이었던 것 같음.
새벽에 학교 체육관으로 뛰어가 자유수영을 하고, 물기만 대충 털어낸 채 자취방으로 올라가는 길이었음.
가는 길에 주얼리, 문구, 화구 같은 걸 파는 큰 가게가 보여서 무심코 들어갔음.
거기서 화장을 곱게 한 대학 동기를 봤는데, 인사를 건넸더니 못 본 척하대?
딱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매장 안을 슬쩍 둘러보다가 슬슬 나가려는데… 출구가 안 보임.
좀 헤매다 2층으로 올라가니 그제야 출구가 있었음.
밖으로 나오면서 생각함.
오늘 오전 수업, 수영 아니고 이론 아니었나?
이미 수업시간 훌쩍 넘은 상태였고, 이쯤 되면 자체 휴강 때려야겠단 결론이 나왔음.
그래서 김밥, 커피, 간식 같은 걸 잔뜩 사들고 우산을 손에 쥔 채로 김밥을 먹으면서 느긋하게 걸어가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음.
슬쩍 돌아보니, 모르는 키 큰 청년이었음.
좀 껄끄러워서 아무 건물이나 냅다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그 건물이 그 청년 자취방이었음.
화들짝 놀라 뛰쳐나왔는데, 청년도 따라 나와서 하는 말이
“데려다 줄게요.”
뜬금없고 이상했지만, 얼굴에 진심 같은 게 묻어 있어서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음.
그렇게 같이 길을 걷는데, 청년이 갑자기
“우리 오래 봤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50일은.”
무슨 소리지? 장난인가 싶었지만, 말투가 너무 담담했음.
“…? 기간제 친구 필요해요?”
반쯤 농담처럼 물었는데, 청년이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임(?)
그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기분이 들었음.
낯선 사람과 걸으며 나누는 대화치 곤, 분위기가 이상하게 정돈된 느낌이었음.
그렇게 한 시간쯤 길을 헤매다 말없이 나란히 걸었음.
김밥을 먹으면서 갔는데, 나만 먹는 게 좀 그래서 청년 입에 하나 넣어줬음.
근데 입에 넣어준 순간, 청년이 씹지도 않고 그 상태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거임.
그러다 너무 뜬금없게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그 청년이 서 있는 자리만 비가 약하게 내리는 거..
청년이 우산을 펴서 같이 썼고, 그 상태로 내 자취방 주소를 찾으며 길을 걸었음.
걷는 동안, 꿈속 풍경이 어딘가가 점점 낯설어지고 있었음.
길은 분명 익숙한 동네인데, 간판 색이 미묘하게 바래 있었고, 창문마다 커튼이 몽땅 내려져 있었음.
청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걸었고, 나만 자꾸 뭔가 놓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음.
그러곤 꿈에서 깸.
|| 소감
가끔 꿈에서 대화한 게 생생히 기억나는 때가 있는데.. 참 기괴하죠...
아, 그러고 보니 꿈에서 뭔갈 먹으면 감기에 걸린다는 속설이 있다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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